내가 불쌍하기 때문이야?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목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입김이 되어 반지하 방에 내려앉을 뿐이다. 분명히 너의 입에서 어떠한 대답이 나오든 간에 그것을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정말로 너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올까 봐 두려운 것이다. 네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질문이 너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릎을 세워 웅크린 채로 태연히 텔레비전의 화면을 쫓고 있는 척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의 기민함이 뭐든지 다 알아챌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너를 향한 감정이 연민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을 이미 너는 다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굳이 내가 걱정해 주지 않아도 내가 없어도 아니 오히려 내가 없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날 무언가가 망가져 버렸다는 것도. 사실은 내 쪽에서 불쌍한 너를 안고 이젠 너에겐 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게 하며 열등한 너를 동정하면서 우월감을 느낄 계획이었는데. 그 사실을 눈치챈 너를 모른 척 하면서 계속. 내가 너의 마음을 계속 이용해도 눈치 없는 척을 하며 속아주는 너를 모른 척 하면서 계속.
차가운 밤, 반지하 방, 텔레비전, 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