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라고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얀 모래가 떨어지는 빗방울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것을, 나는 딱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떠올릴 때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하게만 느껴지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나는 기억합니다. 구름에 가려진 해 때문에 푸른 달이 어색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하얀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가면, 출렁이는 모래가 발자국을 덮고 그 위를 다시 빗방울이 발자국을 새기던 이상한 순간을. 매일 똑같은 나날 중에서도 이렇게 창문을 부숴 버릴 듯 한 거센 비가 내리는 날은 늘 그 날을 떠올립니다. 방금 내 연구실에 노란 장미꽃을 두고 간, 그때 보았던 사막의 달 같은 푸른 눈을 한 여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만.
폭우가 쏟아지는 날, 사막, 노란 장미,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