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해가 중천에 떴을 것이다. 블라인드 사이로 듬성듬성 새어 들어오는 빛이 머리만 빼놓고 이불에 둘둘 말린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소녀의 위로 규칙적인 그림자가 되어 내려앉아 있는 것을, 멍한 머리로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짐작할 뿐. 불현듯 시선을 돌린 손등과 팔뚝에는 이미 딱지가 앉아 버린 손톱자국이 선명하다. 고통을 느낄 만한 상처도 아닌데, 그 조흔爪痕에서 느껴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쓰라림 같은 것이다. 간밤의 나는 앙칼지게 발톱을 세우던 올리브색 눈동자의 새끼 고양이를 가차 없이 물어뜯는 개에 불과했었기에. 소녀의 제멋대로 엉켜 있는 머리카락을 들추어 보면, 부러질 것 같은 목덜미와 어깨에도 선명한 잇자국이 흉터로 남아 있겠지.
환한 대낮, 이불 속, 개와 고양이, 새드엔딩